-p.17

ㅡ 어쨋든 새의 몸이 약간 꿈틀대는 듯하더니 ㅡ 그와 동시에 눈커풀이 눈을 넢어버리는 것이었다.

눈꺼풀이 하나는 아래쪽에서, 또 하나는 위쪽에서 나온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것은 눈꺼풀이라기보다는 고무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씌우개처럼 보였고,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생겨나 순식간에 눈을 삼켜 버린 입술 같은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이 보이지 않았다.

 

-p.19

<너는 이제 끝장이야!>

<너는 이제 늙었고 끝났어. 기껏 비둘기한테 놀라 자빠지다니! 비둘기 한마리가 너를 방안으로 몰아넣고, 꼼짝못하게 만들고, 가두어 놓다니! 조나단, 너는 이제 죽은 목숨이야. 설령 지금 당장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네 인생은 실패한 거야. 한낱 비둘기가 망쳐 놓았으니 넌 망한 거야. 넌 새를 죽여야돼. 그러나 넌 그걸 절대로 죽이지 못해. 파리 한 마리도 넌 잡지 못해. 아니, 파리 정도라면 할 수도 있겠지. 파리가 딱 한 마리라면, 혹은 모기 한 마리나 작은 딱정벌레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절대로, 더구나 비둘기처럼 몸무게가 한 파운드나 되면서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죽이지 못해. 그것보다는 차라리 총으로 사람을 쏘는 편이 쉽겠지, 따당! 그렇게 하는 것이 신속하고, 겨우 8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구멍만 남기게 될 거야. 뒤가 깨끗하고 법적으로도 허용되는 일일 테니까. ...>

 

 

 

-

조나단의 삶은 비둘기로 인하여 망가진게 아니라, 망가진 삶이 비둘기에 의해 도드라진 것일 뿐이다.
어쩌면 인물 중 가장 불쌍한 것은 비둘기 바로 그것일른지 모른다. 정체없이 돌아다니며 구구구구 토를 쪼아 먹거나 길거리에 너저분하게 떨어져있는 음식물들을 먹고, 멀뚱멀뚱 인간들을 쳐다보는게 그들의 일상이다. 그들은 그러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한낯의 일상에 불운한 인간이 걸려들어 비둘기는 조나단의 혐오ㅡ 그 대상이 되었다. 조나단이 혐오하는 그의 일생을 비둘기가 대신하여 그 대상이 되어 주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마땅히 존재에 있어 그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한다.

 

 

 

 

 

 

'p_2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스냅샷  (0) 2015.02.03
감천 벽화문화마을_부산  (0) 2014.12.28
멋진추락_하진_a good fall  (0) 2014.12.23
황인숙, 꿈  (0) 2014.12.23
어둠의 저편_무라카미 하루키  (0) 2014.12.19
비둘기_파트리크 쥐스킨트  (0) 2014.12.18
Posted by 노말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블로그 이미지
노말시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Yesterday0
Today1
Total6,650